자존감이 떨어졌다고 느끼면 자신감을 키우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계속 자신을 의심하고 몰아붙이는 상태에서는 자존감을 높이려는 노력조차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보다 먼저 필요한 마음의 안전감에 대해 살펴봅니다.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순간이 있습니다.
실수를 하고 나면 한동안 그 장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이 별뜻 없이 한 말에도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마음이 쓰입니다.
이럴 때 흔히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거나 스스로를 더 사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미 자신에 대한 믿음이 많이 흔들린 사람에게
갑자기 나를 사랑해보라는 말은 생각보다 어렵게 느껴집니다.
잘하는 모습을 찾아보려고 해도 부족한 점부터 보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할수록 오히려 지금의 내가 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때 필요한 것은 자존감을 빨리 끌어올리는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먼저 내가 나를 공격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즉 자신의 마음 안에서 조금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하나. 자신을 계속 평가하고 있다면 마음은 편안해지기 어렵습니다.
오늘 일을 잘했는지,
사람들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는지 계속 확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 칭찬하면 잠시 안심하지만
작은 실수를 하면 금세 자신에 대한 평가가 달라집니다.
잘했을 때는 괜찮은 사람이고
실수했을 때는 부족한 사람이 되는 식입니다.
이렇게 자신을 끊임없이 평가하는 상태에서는
마음이 편안하게 머물 곳이 많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잘해야 안심할 수 있으니
쉬는 순간에도 다음에 무엇을 더 잘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자존감을 회복하려면 좋은 평가를 더 많이 받는 것만큼이나
평가받지 않는 순간에도 자신을 괜찮게 대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오늘 잘하지 못했더라도
그 사실 때문에 나를 공격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둘. 마음의 안전감은 실패해도 나를 버리지 않는 경험에서 생깁니다.
자신을 믿는다는 말을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자기 신뢰는 조금 다릅니다.
잘할 수 있다는 확신보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다시 해볼 수 있다는 믿음에 더 가깝습니다.
시험 결과가 좋지 않았거나 중요한 자리에서 실수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마음이 불안정할 때는 실수 하나가 곧 자기평가로 이어집니다.
나는 역시 안 된다는 결론부터 내리고
그동안 잘했던 것까지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립니다.
반대로 마음에 안전감이 조금 생기면
실패를 실패로만 바라볼 여지가 생깁니다.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되
그 결과가 나라는 사람 전체의 가치까지 결정하도록 두지 않는 것입니다.
이 경험이 반복될수록 마음은 실패를 덜 두려워하게 되고
자기 자신을 조금씩 믿을 수 있게 됩니다.
셋. 나를 이해하는 순간부터 자기비난의 힘은 조금씩 약해집니다.
자존감이 낮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의 단점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단점을 더 찾아내는 데 있지 않습니다.
왜 나는 이렇게 행동하는지를 비난 없이 이해해본 경험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거절을 못 하는 자신이 답답하다면
무조건 소심해서 그렇다고 결론 내리기 전에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실수에 지나치게 예민하다면
완벽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오래 믿어온 것은 아닌지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이해한다고 해서 모든 행동을 그대로 두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유를 알아야
어디에서부터 바꿀 수 있는지도 보입니다.
자기비난은 나를 몰아세워 움직이게 하지만
자기이해는 나를 움직일 수 있는 현실적인 출발점을 찾아줍니다.
넷. 자존감은 자신을 대하는 작은 경험을 먹고 자랍니다.
자존감을 회복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큰 변화부터 시도하기 쉽습니다.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운동을 시작하거나 성취할 일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은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도
결과를 이용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한다면 또 다른 부담이 생깁니다.
목표를 달성하면 잠시 자신감이 생기지만
실패하는 순간 이전보다 더 크게 자신을 탓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상에서는 조금 다른 연습도 필요합니다.
피곤한 날 계획을 줄였다고 자신을 게으르다고 부르지 않는 것.
싫은 일을 거절하고도 하루 종일 죄책감으로 자신을 벌주지 않는 것.
실수한 날에는 왜 그랬냐고 몰아붙이기 전에
다음에는 무엇을 다르게 할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별것 아닌 행동처럼 보여도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자신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가 달라집니다.
나를 좋아하지 못하는 날에도 내 편에서는 머물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 흔들릴 때마다
자신을 더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마음에 들 수 없습니다.
후회되는 선택을 하는 날도 있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초라해지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그때마다 억지로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설득하기보다
오늘 마음에 들지 않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편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잘못했다면 고칠 수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배우면 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자신을 모욕하고 계속 벌줘야만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존감은 스스로에게 좋은 말만 반복한다고 갑자기 높아지는 감정이 아닙니다.
넘어졌을 때 나를 공격하지 않았던 경험.
힘든 순간 내 감정을 무시하지 않았던 경험.
실패했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내 편에 남아 있었던 시간이 조금씩 쌓여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자존감 회복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당장 자신을 좋아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먼저 나와 함께 있을 때 마음이 덜 긴장하도록 만들어보세요.
나는 잘해야만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는 경험이 쌓이기 시작할 때
자존감도 억지로 끌어올려야 하는 목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마음의 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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